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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나/딱딱한 이야기

002.서울 지하철역 내 외국어 표기가 바뀌고 있다 (feat.타이완)





   평소에는 못 느끼는 외국어 표기의 중요성


 매일매일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움직이는 우리들.

너무나 익숙한 곳이고 여기저기 한국어로 안내가 잘 되어있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죠.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는 외국어 표기가 있어도 크게 중요한지 느낄 수 없죠. 그러다가 외국에 나가는 순간, 특히 동남아나 러시아같은 비 영어권 국가에 가게 되면 영어 표기라도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구요. 간혹가다 한국어 표기를 마주치게 되면 왠지 모르게 눈물까지 글썽...이처럼 우리나라에 방문한 수 많은 외국인들도 한글 옆에 조그맣게 써있는 외국어 표기에 많이 의지하면서 한국을 즐기고 있어요.




   지하철 역사의 외국어 표기가 바뀌고 있다


 우리가 매일 타는 서울 지하철 역사의 외국어 표기는 어떻게 되어있는지 유심히 보신 적이 있는 분들 있으신가요? 원래 지하철 역사 내 외국어 표기는 물론, 서울 내 표지판 등의 표기는  '한글, 영어' 혹은 '한글, 영어, (한국식)한자'로 표기되어왔습니다. 여기서 지속적으로 문제시되어왔던 부분이 바로 한국식 한자! 





 의외로 많은 한국사람들이 이 한국식 한자가 한자문화권인 일본과 중국사람들을 위해 표기되어있고 실제로 일본, 중국사람들이 이 한자를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기존 한국식 한자는 북경어를 구사하는 대륙 중국인과 일본식 한자를 사용하는 일본인들에게는 전혀 다른 문자로 받아들여집니다. (물론... 간단한 한자는 똑같이 생긴 한자도 많아요.) 설령 한국식 한자를 보고 무슨 뜻인지 이해하더라도 발음이 다르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않죠. 

 게다가 서울대입구역, 까치산역처럼 한자가 존재하지않는 역의 경우에는 서울大學校, 까치山과 같이 표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일본, 중국인들의 입장에서는 일반명사인 대학교, 산 이외의 정보는 알 수가 없게 되어버리는 결과가....


 서울시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지금까지 한국식 한자가 역명, 역 주변 명소 등을 표기하는 데 쓰인 것은 한자 역시 한국어를 구성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이러한 표기가 한국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니다. 그러나 한자혼용에서 한글전용으로 완전히 넘어온지 3,40년이나  지금, 한자를 읽고 '여기가 00구나'라고 알 수 있는 한국사람은 많이 없으시겠죠.

   (퀴즈 : 梅橋역은 무슨역일까요?!  우베바시역....?)

                                         정답은 매교역







 그래서 서울 내에서 일본어와 중국어로 정보를 제공하려는 의견이 많이 나왔었고, '관광서울'을 내세웠던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부터 점차적으로 4개 국어 표기가 자리잡아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찐뻥따오씌...''츠키노 데샤에끼와...'도 이 때부터 우리들의 생활 속에, 마음 속에 들어왔죠.  

 그리고 박원순 시장에 들어서서 지하철 역사 안내표지, 서체까지 본격적으로 통일하면서 외국어 표기도 기존의 '한, 영, 韓漢(한국한자)'에서 '한,영,중(간체자), 일(가타가나)'로 바뀌고 있는 중입니다. 시청, 종각, 잠실 같이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역을 이용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러한 변화는 지하철역뿐만아니라 버스정류장, 교통표지판, 주변안내도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실제로 주변에 써있는 일본어 표기를 보니 한국어를 직역한 일본어가 아니라 일본에서 실제로 쓰이는 일본어로 제대로 표기되어서 놀란 기억이 있네요. 중국어는.... 중국어도.... 잘 되어 있겠죠^^;;;; 

 이렇게 서울시 내 외국어 표기 방식의 변화 덕분에 국내를 찾는 외국인 중에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일본인, 중국인들이 보다 편하게 서울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언어 때문에 한국 방문을 망설이고 있는 일본인들과 중국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홍보하면 부담없이 방문 할 수 있지 않을까싶네요!




   굳이 딴지를 걸자면...


 일본, 중국과 많은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상황 속에서 영어 뿐만 아니라 일본어와 중국어까지 정확하게 표기해 나가는 움직임은 대단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몇 번이고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딴지를 걸자면,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소외되는 사람들이 남아있다는 점이에요. 물론, 모든 언어권의 사람들을 위해 모든 언어를 표기했다가는... 역명 하나 쓰는데도 장난이 아니겠죠. 그렇기 때문에 수요가 많은 언어(영일중)만 표기하는 게 효율적이고 최선의 방법이라는 데 동의하고요.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수 십년 동안 이어져 온 '대륙중국과 섬중국(a.k.a 대만) 그리고 한국, 일본, 미국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 번체자와 비슷한 한국식 한자가 사라지고 대륙 중국의 간체자가 그 자리를 차지한 지금... 대만사람들이 또 한번 씁쓸해하지 않을까 괜히 걱정이 됩니다. 안그래도 한국과 일본이 대만을 버리고 중국을 택했다고 이를 바득바득 가는 곳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최근에 급속도로 늘고있는 동남아권 사람들을 위해서도 태국, 베트남어 등의 일부 표기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현실적인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하철 역에 많은 언어를 전부 표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겠지만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을 중심으로 더 많은 외국어 표기를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인터넷이나 팜플렛 등을 통해 다양한 언어권의 사람들이 한국에서 보다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